2024.04.17(수) 17:10
인생의 완성을 말하다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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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의 철학자 장자는 아내가 죽자 장단에 맞춰 춤을 췄다. 물동이에 바가지를 엎어 놓고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장자의 행동에 친구가 나무라지만, 장자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장자는 아내의 죽음이 기뻐서 가무(歌舞)를 즐겼을까?
죽음을 대하는 그의 생각은 달랐다. 삶이라는 괴로움의 굴레를 벗어나 아무 거리낄 없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 우주의 흐름에 따라 태어나 ‘큰 집(우주)’에서 쉬게 되는 상태가 ‘죽음’인 것이다. 때문에 장자에게 아내의 죽음은 무위(無爲)의 경지가 되는 ‘축복’이자 ‘축제’나 다름없다.
‘인생의 완성이 죽음’이라는 말이 오롯이 느껴지는 일화이다.
국내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죽음이 소재다. 평범한 가정주부의 시한부 인생을 무덤덤하면서, 이벤트적으로 연출했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죽음에 대한 접근이 어둡지 않다. 마치 영화의 시선 자체가 ‘장자’인 듯 죽음을 인생의 축제처럼 담는다.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인생은 아름다워>가 주는 메시지는 강하다. 죽음 앞에 놓인 자와 남겨진 자들의 ‘몫’을 큰 틀로 엮는다. 인간이라면 응당 거쳐야 할 숙명임을 말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신파적 드라마보다는 노래와 춤을 대입한 뮤지컬 장르를 대입시켰는지 모른다.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의 과정이기에,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는 역설을 품는 듯하다.
이러한 해석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이어가는 세연(염정아)의 행동에서 발견된다. 인생에 대한 상실감과 허탈감, 회의감 등이 뒤섞인 감정을 품은 체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에서다. 죽음 앞에 놓인 자가 맞닥뜨려야 할 극한의 공포인 ‘두려움’을 이겨내며 말이다. 그래서 세연의 표정과 말투에 신경이 더 쓰인다. 떠나는 세연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몫을 감내하던 중 세연은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비교적 편안하게 다뤘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90년대 말 30대 청년의 죽음을 잔잔하고, 애잔하게 담아낸 <8월의 크리스마스>와 결이 같으면서, ‘숙명’이라는 담론까지 담았으니 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유정원(한석규)은 인생의 끝자락에 놓인 인간의 처연함 혹은 체념 등 복잡한 감정을 담담히 그려냈다. 일상을 지키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서 당시 칸영화제 등 해외평단에서는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 두 영화가 지닌 힘이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를 소재가 아닌 영화 기교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영화의 줄기가 다소 진부한 부분이 있다. 요즘 시대와는 동떨어진, 가족을 위해 ‘헌신만’ 하는 엄마의 시한부 선고. 그리고 첫사랑 찾기. 재미를 좇는 영화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한 건 아닌지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남편 진봉(류승룡)을 비롯한 가족들의 태도가 거북하다. 영화 후반부 남겨진 자들에게서 반전효과를 노리려는 의도가 읽혀져 더욱 거슬리게 한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이야기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좀 더 현실감 있게 소재에 접근했다면, 영화의 톤 앤 무드가 더욱 돋보일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화는 특히, 소재와 이야기가 22년 전 개봉한 <선물>의 스핀오프를 의심하게 한다. 갑작스런 시한부 선고. 이런 아내를 위해 남편이 아내의 첫사랑 찾기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 죽음 자체가 인생에 한 번뿐인 ‘잔치’인만큼 평생에 없을 ‘첫사랑 찾기’ 또한 한 번뿐인 잔치임을 더욱 부각시켰다면 <선물>이 오버랩 되지 않았을 터. 죽음도, 첫사랑 찾기도,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이기에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맥락으로 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분명 죽음에 대한 컨텍스트가 짙게 깔려 있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태도와 동양적 사고, 남겨진 자들의 몫 등이 눅진하게 녹아 있다. 장자가 해석하는 죽음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죽음을 대하는 그의 생각은 달랐다. 삶이라는 괴로움의 굴레를 벗어나 아무 거리낄 없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 우주의 흐름에 따라 태어나 ‘큰 집(우주)’에서 쉬게 되는 상태가 ‘죽음’인 것이다. 때문에 장자에게 아내의 죽음은 무위(無爲)의 경지가 되는 ‘축복’이자 ‘축제’나 다름없다.
‘인생의 완성이 죽음’이라는 말이 오롯이 느껴지는 일화이다.
국내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죽음이 소재다. 평범한 가정주부의 시한부 인생을 무덤덤하면서, 이벤트적으로 연출했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죽음에 대한 접근이 어둡지 않다. 마치 영화의 시선 자체가 ‘장자’인 듯 죽음을 인생의 축제처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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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인생은 아름다워>가 주는 메시지는 강하다. 죽음 앞에 놓인 자와 남겨진 자들의 ‘몫’을 큰 틀로 엮는다. 인간이라면 응당 거쳐야 할 숙명임을 말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신파적 드라마보다는 노래와 춤을 대입한 뮤지컬 장르를 대입시켰는지 모른다.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의 과정이기에,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는 역설을 품는 듯하다.
이러한 해석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이어가는 세연(염정아)의 행동에서 발견된다. 인생에 대한 상실감과 허탈감, 회의감 등이 뒤섞인 감정을 품은 체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에서다. 죽음 앞에 놓인 자가 맞닥뜨려야 할 극한의 공포인 ‘두려움’을 이겨내며 말이다. 그래서 세연의 표정과 말투에 신경이 더 쓰인다. 떠나는 세연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몫을 감내하던 중 세연은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비교적 편안하게 다뤘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90년대 말 30대 청년의 죽음을 잔잔하고, 애잔하게 담아낸 <8월의 크리스마스>와 결이 같으면서, ‘숙명’이라는 담론까지 담았으니 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유정원(한석규)은 인생의 끝자락에 놓인 인간의 처연함 혹은 체념 등 복잡한 감정을 담담히 그려냈다. 일상을 지키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서 당시 칸영화제 등 해외평단에서는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 두 영화가 지닌 힘이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를 소재가 아닌 영화 기교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영화의 줄기가 다소 진부한 부분이 있다. 요즘 시대와는 동떨어진, 가족을 위해 ‘헌신만’ 하는 엄마의 시한부 선고. 그리고 첫사랑 찾기. 재미를 좇는 영화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한 건 아닌지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남편 진봉(류승룡)을 비롯한 가족들의 태도가 거북하다. 영화 후반부 남겨진 자들에게서 반전효과를 노리려는 의도가 읽혀져 더욱 거슬리게 한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이야기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좀 더 현실감 있게 소재에 접근했다면, 영화의 톤 앤 무드가 더욱 돋보일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화는 특히, 소재와 이야기가 22년 전 개봉한 <선물>의 스핀오프를 의심하게 한다. 갑작스런 시한부 선고. 이런 아내를 위해 남편이 아내의 첫사랑 찾기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 죽음 자체가 인생에 한 번뿐인 ‘잔치’인만큼 평생에 없을 ‘첫사랑 찾기’ 또한 한 번뿐인 잔치임을 더욱 부각시켰다면 <선물>이 오버랩 되지 않았을 터. 죽음도, 첫사랑 찾기도,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이기에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맥락으로 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분명 죽음에 대한 컨텍스트가 짙게 깔려 있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태도와 동양적 사고, 남겨진 자들의 몫 등이 눅진하게 녹아 있다. 장자가 해석하는 죽음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moon20105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