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늘 우리 곁에 찾아오는 공연이 있다. 바로 호두까기인형이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도시에서 다양한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호두까기인형을 소재로 한 발레와 오페라 공연을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광주시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기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다. 광주시립발레단의 호두까기가 늘 궁금했다. 박경숙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이 광주시립발레단만의 개성이 담겼다고 소개했던 기억 때문이다.

기대감을 안고 처음 공연장을 들어섰을 땐,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동작을 소화해야 할 발레공연을 작은 무대에 올리기엔 역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앞선 생각이 선입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대 조형물을 대신한 LED패널 속 동화같은 영상과 무용수들의 춤선의 조화는 좁은 공간마져도 잊게했다. 공연의 몰입은 캐릭터에 맞춘 무대의상도 한 몫했다. 일정한 동선에 맞춰 춤추는 눈송이 군무를 바라보다 보니 극의 주인공인 클라라에 동화됐다. 클라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공연은 더욱 흥미로웠다.

극의 중반부에 들어서자 익숙한 차이콥스키의 ‘제 3곡 사탕요정의 춤’의 곡이 흘러나왔다. 곡에 맞춰 등장한 곳은 과자와 사탕나라였다. 이윽고 등장한 스페인·인도·중국·러시아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단독무대는 마치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듯 했고 동화 속 환상여행을 떠난 듯 설?다. 별사탕 공주와 호두까기 왕자역을 맡은 남녀 무용수들의 호흡도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환상여행 속 무용수들의 춤에는 행복함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행복감의 끝에선 무대 위 막이 내려갔다. 극이 끝났다는 생각이들었을 무렵, 다시 막이 올랐다. 무대 위엔 쇼파 위에서 잠들었다 기지개를 켠 클라라가 등장했다. 동시에 필자 또한 한 겨울 밤의 꿈을 꾼 듯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참 기분 좋은 꿈 이었다.

이제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 해도 바쁘게 달렸던 그대들에게 박수를 전하고 싶다. 바쁨은 잠시 내려놓고 소중한 사람들과 문화생활을 매개로 여유를 갖고 한해를 마무리 지어보는 것은 어떨까.

전남매일 문화체육부 이나라 기자 dbskj@hanmail.net        전남매일 문화체육부 이나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