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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역사를 지키는 작은 관심
2022. 11.23(수) 09:04

김조일 본부장
지난 3월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장기, 최악의 산불이라는 역사적 오명을 기록하며 213시간 동안 산림 2만 4,940ha를 태우고서야 끝이 났다. 10일 동안 소방인력 10,130명, 소방장비 3,450대가 투입되어 화재 확산 경로에 방어선을 구축하며 필사적으로 대응했지만 무서운 기세로 덮쳐온 화마에 일순간 우리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었다.

역사적으로도 산불은 백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아주 무서운 재앙이었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에서도 산불에 대한 경계태세는 뒤로 밀린 적이 없었다.

태조는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산을 태운 자를 중형에 처한 바 있으며, 태종은 ‘금화령’으로 화재방지를 위해 실화자를 처벌하는 법령을 제정하고 전국 주요 산악지역에 방화벽을 설치하고 경칩(驚蟄)이후에는 화전을 금하였다. 문경새재에 가면 한글로 ‘산불됴심’이라고 적은 비(碑)가 있는데 조선시대에도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표석을 통해 알 수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불은 연평균 480.9건이 발생했으며 2012년 197건에서 2021년 349건으로 1.8배 증가했다. 피해 면적도 2012년 72ha에서 2021년 766ha로 10.6배 확대됐다. 산불발생 원인의 34%가 입산자 실화이고 논·밭두렁 소각 14%, 쓰레기 소각 13%, 담뱃불 실화 5% 순으로 대부분이 작은 실화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인재라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다.

산불은 특성상 목격자가 없으면 실화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실화라 해도 증거를 입증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또 산불을 유발한 자에 대해 관계법령에는 엄중한 처벌기준을 세워놓고 있지만 약한 처벌에 그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 산불 2,810건 중 유발자 검거 건수는 1,153명인 40.9% 수준이고 1,153명의 산불 유발자도 2.1%인 25명만 징역형을 받았고 벌금형도 20.5%에 불과하다.

고의나 과실로 인한 산불 예방을 위해 강력한 처벌로 경각심을 고취하고 정확한 발화 원인 파악으로 부주의에 의한 산불이 재발되지 않도록 사회적 여건과 공감대 형성이 절실해 보인다.

최근 기후변화로 올해 10월 말 기준 전남지역 강수량이 평년 같은 기간의 61.5%에 불과해 겨울철 산불 발생 위험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남소방에서는 주요 등산로 산불예방 캠페인, 산림인접 피난약자시설에 지역 의용소방대 대피유도 전담팀 지정·운영 등 다각적인 산불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지역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산과 들이 바싹 말라가며 산과 들이 화약고처럼 변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산림인접 지역에서 논·밭두렁 태우거나 쓰레기 소각 금지행위, 입산 시 인화물질 소지금지 등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철저한 준법정신이 더욱 필요하다.

산불이 발생하면 수십 년 된 산림자원 손실은 물론이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홍수, 산사태, 풍해 등 자연재해에 대한 방어기능이 상실되어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고 삶의 터전도 잃게 된다. 이처럼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지불해야할 대가는 참으로 엄청나다.

지난 3월 작은 불씨로 시작된 동해안 일대 산불은 천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대표 숲 금강송 군락지를 위협했다. 다행히 천년의 역사를 순식간에 태우기 직전 5백m 앞에서 온 국민이 사투를 벌여 가까스로 지켜냈다.

복배지수(覆杯之水)는 ‘엎지른 물’이라는 뜻으로 한번 저지른 일은 수습하기 곤란한 상황을 말한다.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에 맞춘 새로운 산불예방 전략도 중요하지만 무심히 반복되는 부주의가 천년의 역사를 지켜내야 하는 우리의 숙제로 남지 않길 희망한다.
전남소방본부장 김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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