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소년범죄가 나올 때마다, 또는 학교 폭력이 전년도에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여론은 늘 시끄럽다. 특히나 촉법소년은 나이가 어려서 처벌을 받지 않는 점을 악용하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 학생들은 영악해 소년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호한 대처를 외친다.

참고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촉법소년이라 한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형사미성년자를 규정하고 있다.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이다. 한편 형사책임능력이 있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인 죄를 범한 자는 범죄소년이라 한다(소년법 제2조 참조). 일반적으로 학교 폭력은 고등학교 학생을 떠올린다. 그러나 폭력을 행사하는 나이가 어려지기 때문에 중학생도 포함한다. 성장이 예전과는 갈라서 초등학생에게서도 나타난다.

문제는 그 시기의 청소년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만큼 주도면밀하지 않다는 점이다.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죄를 짓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는 순간적인 충동과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이다. 인문학적 표현으로 ‘질풍과 노도의 시기’라고 하지 않던가?

2004년 4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었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운영하면서 학교 폭력에 대처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 폭력의 발생을 인지하고 인정에 다다르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적절한 처벌에 합의하기도 몹시 어려운 일이다. 가해와 피해를 명료하게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건들도 있고, 가해자의 사과가 피해자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교사는 중재자나 조정자의 역할을 오래전부터 상실했으며 학교 폭력 관련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

엄하게 처벌하자는 방안처럼 쉬운 방안이 없다. 그러나 엄하게 처벌하면 죄가 줄어들까? 사형이 존재한다고 해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엄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엄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달리 보면 무책임하다. 소년법도 가장 무거운 처분은 소년원 2년의 10호 처분이 있다. ‘소년원 2년’이란 의미는 교도소 2년 수용이란 것과 다름이 없다. 급한 성미를 상징하는 ‘빨리빨리’가 처벌 논의에서도 등장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학교는 경쟁만을 강요한다. 대학을 가기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교육 지옥이란 말도 있다. 엄한 처벌보다는 실질적으로 교육의 내실화를 꾀하자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닐까? 우리는 학교에 다니고픈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했는가? 교육의 내실화는 많은 투자와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신문에서 보았을 때는 짐승이었는데 알고 보면 인간인 거고, 인간은 알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 비슷한 거고. 그리고 집행 있고 나면 또 한 달쯤 술 없이 못 살게 되는 거죠. 그런 말 있어요.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존치론자가 되고, 사형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폐지론자가 된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구절이다.

형벌은 범죄자라도 그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집행돼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의 형사 정의관이다. 처벌 강화가, 엄벌이 결코 정답은 아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원광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장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