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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2022. 05.09(월) 10:28

소병석 소방장
만물이 태동하는 봄이 지나가는 중이다. 기나긴 감염병과의 사투도 조금씩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과 봄은 일 년 중 화재에 있어 가장 취약한 두 계절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이 두 계절의 화재는 최근 5년간 전체 화재 20만8,691건 중 56.5%를 차지하는 11만8,096건에 달하는 등 대기의 건조함, 추위로 인한 온열기구 사용 등 화재의 위험성이 대두되는 계절이다. 특히나 봄에는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이 동시에 찾아와 화재 발생 시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절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 소방은 1948년 정부 수립 후 매년 겨울에 들어서기 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선정, 범국민적 화재 예방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봄철에 대비한 봄철 화재예방 특수시책 등을 통해 두 계절을 안전하게 나기 위해 힘을 쏟는다.

중국의 저명한 병법서 ‘손자병법’에는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믿지 말고, 아군이 대비함으로써 적이 공격할 수 없음을 믿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처럼 화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 말고 완벽하게 대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완벽하게 대비하여도 화재는 우리를 공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완벽한 대비에 앞서 화재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야 정확하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화재에 대해 알아보자.

화재(火災). 불 ‘화’ 자에 재앙 ‘재’ 자를 쓰며 사전적 의미로는 ‘불이 나는 재앙’ 또는 ‘불로 인한 재난’이라고 한다. 그 뜻만 보더라도 정말 무서운 단어다. 화재는 크게 실화, 방화로 나뉘는데 전자의 경우 사람의 부주의나 관리 소홀 등 고의성이 전혀 없는 상태의 불을 말하고, 후자는 사람이 고의로 불을 질러 생기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화재는 전자인 실화로 인해 발생하는데 2021년 한 해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1년간 총 3만6,267건의 화재 중 89.7%인 3만2,532건이 실화였다. 대부분의 화재가 실화로, 그만큼 우리 생활 속 부주의가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화재는 대형인명 및 재산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무서운 재앙과 큰 피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불’이지만 인류는 불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불과 함께 인류는 발전했으며 앞으로도 불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불은 잘 통제했을 때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끊임없이 이 ‘불’이라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소방이라는 개념이 전문화되지 않았던 삼국시대의 경우, 도성이나 읍성 내 화재 시 군사들과 성민들이 합세해 불을 껐으며, 지방에서는 부락 단위로 그 활동이 이루어졌다.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차츰 군대가 지방에 배치되며 행정권이 지방에까지 미치게 됨으로써 군대를 중심으로 소방 활동이 진행됐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좀 더 체계적인 소방 활동이 시작되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한성부 대화재를 계기로 세종 8년(1426년) 도성 안에 금화도감을 설치하였는데 이것은 화재를 관리하는 독자적인 기구로서 소방관서 설립의 효시다.

이후 갑오경장을 계기로 소방행정은 획기적인 발전을 한다. 화재업무를 경무청이 관장하게 되었으며, 궁궐의 화재를 담당하는 궁정소방대가 설치되는데 이것은 근대적 의미의 소방조직이 최초로 생긴 것을 의미한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방은 많은 시행착오와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다.

이렇듯 인류는 ‘불’과의 공존을 위해 각자 나름의 방식과 제도를 꾀했으며, 이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화된 우리 사회는 전기, 가스 등과는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화재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화재는 발생 시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앗아간다. 재산 피해는 물론, 생명까지 위협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지겨울 정도의 관심과 반복적인 훈련, 습관적인 예방만이 화재에게서 우리를 지킬 수 있다. 매년 강화되는 소방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인재(人災)는 우리에게 너무 치명적이다. 피해는 기본, 정신적인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거안사위(居安思危),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잊지 말고 대비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화재로부터 평안하고 잘 준비되었다 느낄 때, 더욱 조심하고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범국민적 화재예방과 적절한 대응, 시책 등이 어우러진다면 대한민국은 화재로부터 안전한 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화재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광주 동부소방서 소방행정과 소방장 소병석 dbsk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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