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여러 아동학대 중대사건이 코로나와 함께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이에 정부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아동청소년 학대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영유아 보육, 취약 위기가정 부모 대상 부모교육 강화, 공공중심의 아동보호 종합지원체계 구축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 지난해 10월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 대응 체계가 개편됐다. 현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는 기존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진행해왔던 아동학대 조사를 공공에서 책임지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문적인 아동학대사례관리에 집중한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아동보호체계 일선현장에서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실천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인프라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아동복지법상 각 시군구 별 1개소 이상 설치돼야 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분사무소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70개소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으로 봤을 때 한 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평균 3개 내·외의 시군구를 관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전문적인 사례개입을 요하는 아동학대사례관리에 있어 적절한 인력투입이 어렵고 접근성이 저하돼 발생하는 과중한 업무량으로 질적인 사례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적인 아동학대사례관리와 학대피해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위해서는 지역마다 격차가 심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확충하여 안정적인 인프라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둘째, 아동보호체계의 일선현장에서 근무하는 종사자의 처우개선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는 1인당 담당하는 사례관리 건수가 64건으로 미국에서 권장하는 17건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업무량을 감당해내고 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2019년 기준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평균 근속 기간은 3.3년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처우는 2019년 기준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86.7%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체계개편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문적인 사례관리에 집중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으나, 현장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과도한 업무량과 열악한 처우를 이유로 일선현장을 떠나고 있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인건비 향상과 위험수당 마련 등의 종사자 처우개선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생애주기별 부모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부모에 의한 학대 건수는 2017년 1만7,177건, 2018년 1만8,920건, 2019년 2만2,770건으로 매년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아동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대상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장소에서 끔찍한 아동학대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며 만났던 학대행위자도 대부분 부모였으며 학대를 행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나의 행동이 학대에 해당하는지를 몰라서’, ‘아동을 양육하는 방법을 몰라서’라고 답했다. 또한, 부모교육 등 아동양육과 관련된 교육을 접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접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신체적, 정서적 발달이 중요한 아동의 시기에 ‘몰라서’라는 이유로 많은 아동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지원과 더불어 학대피해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생애주기별 부모교육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비로소 아동학대가 명문화됐고, 전국 광역시도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아동보호체계는 민간 중심으로 움직였고 중대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아동보호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와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침내 2020년 10월 아동보호체계가 전면 개편돼 변화의 첫 발자국을 내딛었다. 변화되는 아동보호체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전남북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이정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