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시인(大詩人)이자 문장가였던 동파 소식의 〈계주편〉에 "술은 천록(天祿)이다."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술은 하늘이 내려준 복록(福祿)으로서, 술이 될 때에 그 맛의 아름답고 사나움으로 주인의 길흉(吉凶)을 안다."고 한 데서, 우리나라의 사대부와 부유층에서 술빚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고, 이러한 의식은 일반 서민층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차례주나 제례에 쓰이는 제주(祭酒)로 가양주를 많이 사용해 왔다.'가양주(家釀酒)'란 의미 그대로 집에서 담근 술을 가리킨다.

예로부터 차례와 제례에 쓰이는 제주(祭酒)는 그 지역에서 나는 품질 좋은 쌀과 농산물로 정성을 다해 빚은 맑은술을 올렸다. 이후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주세령(酒稅令)이 시행되어 가양주 제조를 강력하게 금지하면서 우리 술을 만드는 비법들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어느새 일본식 청주가 제주(祭酒)의 자리를 대신하고 정착되어 일본의 청주브랜드의 하나인'정종(正宗)'을 우리 전통술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요즘에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희석식 소주를 제주(祭酒)로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정성과 전통으로 빚은 우리의 가양주 문화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 전통술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민족의 삶과 철학을 담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중국까지 명성이 전해질만큼 역사가 깊다.

또한 크고 작은 가문들마다 독특하고 다채로운 술을 대대손손 보전하고 명맥을 이어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술의 주재료인 곡식이 지역마다 다르고, 사는 환경만큼이나 다양한 누룩제조법 덕분에 전통술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특색이 있다.

그래서 전통술은 우리 정서와 체질에 잘 맞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이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문화상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술이 최근 정부의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 힘입어 복원 확산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또 몇 년 전부터 막걸리 붐이 일면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주점과 판매점이 늘고, 세계 시장에서도 관심과 이목을 끌며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남은 전국 1위 농산물 생산기지로 깨끗한 공기와 물, 친환경 유기농업의 메카답게 품질 좋은 농산물을 원료로 빚은'남도 전통술'이 다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진상품으로 꼽혔다는 '진도홍주' ▲마시면 신선이 된다는'담양 추성주' ▲궁궐의 임금께서 마셨다는 '해남 진양주' ▲강진 전라병영성 절도사들이 즐겨 마셨다는 '설성사또주' ▲남도 전통술 품평회 대상을 수상한 '장성 사미인주'▲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담양 대대포 막걸리'등 최고의 명주들이 남도 장인의 손에서 빚어지고 있다.

최근 경자년 설을 보냈다. 술술 잘 풀리는 올 한 해, 장인의 숨결을 담은'남도 전통술'을 우리 지역 축제례주로 적극 권장해본다.

전남도 농촌융복합산업팀장 최광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