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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과 ‘광주형 일자리’
2017. 07.11(화) 11:43

박해광 교수
광주형 일자리가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노동 의제로 부각되는 듯하다. 주지하듯이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2012년 대선에서 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건설’ 공약을 제시하면서 시작되었고, 광주시는 이를 보다 확장된 일자리 및 노동 정책으로 발전시켜 왔다. 현재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적정 임금(연대임금), 적정 근로시간, 노사 책임경영, 그리고 원하청관계의 개선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혁신운동이자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처음 출현했을 때 그 강조점은 ‘지역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에 있었다. 물론 이 물음은 현재에도 여전히 중요한 정책 핵심이다. 그렇지만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이에 더하여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일자리를 창출한 것인가’라는 보다 성찰적인 질문을 던져 왔다. 이 질문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우리 사회에서 일찍이 논의된 바 없는 새로운 실험과 담론, 그리고 미약하나마 몇 가지 성과를 이루었다.

먼저 광주형 일자리가 갖는 새로움은 지역 중심의 일자리 정책이라는 점에 있다. 지자체가 선도하고 지역의 노와 사,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동참하여 지역 수준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는 것은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이다. 광주시는 이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노사민정의 사회기초협약 수립 등의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자리란 고용주와 피고용인 쌍방의 자유롭고 배타적인 계약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동시에 일자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 모두가 관여하고 책임져야 할 공공적 의제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를 둘러싼 지역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일자리의 조건들을 합의해 나가는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나아가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노동문제를 분권화하고 이를 지역의 공동체적 삶의 회복이라는 과제와 연결시키고자 한다. 지역이란 단지 수도권의 배후지 정도로만 치부되는 우리 사회의 중앙 중심성을 반성하고, 지역을 살만한 곳으로, 지역민의 구체적인 삶이 보호되는 공동체로 바꾸려는 의지가 광주형 일자리에 담겨 있다. 즉 분권화와 지역 균형발전의 구체적인 하나의 상을 광주형 일자리가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 중심의,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노동 및 노사관계가 정형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이 지역 중심의 새로운 일자리 정책이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광주형 일자리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오히려 이 지점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우리 노동 현실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임을 믿는다. 우리 사회의 노동개혁이나 새로운 노사관계 정책이 성공적일 수 없었던 것은 한편으로 중앙정부를 비롯한 관련 세력들의 확고한 정책의지의 부재,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개혁을 위한 방향성과 모델의 부재를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중심의 노동개혁과 일자리 창출 모델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방향은 강력한 일자리 정책 의지를 갖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비전에 매우 잘 부합하는 것이다. 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광주형 일자리 실현의 과정과 결과에 이미 잘 녹여져 톱니처럼 맞물려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 의지와 지역발 혁신 노력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

광주는 현재 빛그린산단에서 친환경자동차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를 광주형 일자리 정책의 시범 단지이자 핵심 수단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 여겨진다. 즉 산단을 미래형 자동차 혁신단지 시범사업으로 보다 구체화하고, 광주시 전체를 친환경 자동차 시범도시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을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하고, 전기자동차를 위한 주차 및 충전 인프라 등을 확충하여 광주를 제2의 자동차 생산 도시이자,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시범도시로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

노사민정의 지역 합의와 협약을 바탕으로 광주 지역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 기업들의 입주를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부품기업 및 완성차 기업들의 집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발생하고, 이것은 다시 광주형 일자리가 발전시켜 온 노동개혁의 의제들 및 사회협약을 통한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의 정립이라는 선순환을 발생시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광주형 일자리가 하나의 지역 분권적 노사관계 및 일자리 정책의 선도 모델로 정착하는 것이며, 이것의 성공을 통해 타 지역으로의 확산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중앙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에 보다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이유이다.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대 사회학과 박해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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