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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그대 이름은 '국민'이다

<특별시민>
2021. 09.14(화) 09:06

영화 <특별시민>은 변화·발전해가는 유권자를 철저히 무시한 불편한 영화다. 플롯의 중심이 정치메커니즘에 의한 ‘선거’의 기계적 활동에 있다. 선거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단면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을 기본골조로 프로파간다(정치선동)에 집안 털기 등 없는 것 없이 적나라하다. 선거의 이면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면에 가깝다. 씁쓸함이 상존한다.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는 노회함으로 점철된 선거 ‘빠꼼이’다. ‘오직 서울만 사랑하는 발로 뛰는 서울시장’이라는 진부한 슬로건으로 폐부를 찌르는 다양한 선거 기술들을 보유한 인물이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꾼’으로서 관록의 정략을 펼치는 그는, 선거의, 선거에 의한, 선거를 위한 전형적인 모략가형이다. 이런 그와 같이 호흡하며 영원한 적도, 동지도 아닌 스탠스를 유지하는 심혁수(곽도원)는 국회의원이자 선거 전략가다. 일신의 영달을 달성하기 위해 이중적 잣대를 상황·요소별로 들이대는 현실주의자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근간으로 주요 인물들이 설정된다. 광고전문가이면서 정치의 ‘명분’을 실천하려는 박경(심은경)과 정치꾼에 버금가는 기자 정제이(문소리). 특히, 박경과 정제이의 상호 관계는 ‘정치’를 대하는 극적 추임새로 작용한다. 여기에 여성후보인 양진주(라미란)는 진보성향의 여성인권운동가로서 변종구와 대척점에 있지만, 정치적 노선만 다를 뿐 선거 앞에서는 도긴개긴으로 묘사된다.
<특별시민>이 거북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사실 이상의 ‘진실’이 비쳐지는 데 있다. 평소 개, 돼지 취급받는 국민이 선거 때만 되면 ‘공식적인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진실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정치꾼들은 ‘국민’을 연호하며 유권자를 정치 정글의 최상위 포식자로 앉힌다. 작위적인 이벤트로 민심을 홀리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權謀術數)를 서슴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프레임이 그것이다. 변종구의 대사는 이를 명징한다. “내가 늑대라고 하면 사람들이 늑대라고 믿게 만드는 것, 그게 선거야.” 유권자는 기만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진실이 현훈을 일으킨다.
자료: 네이버 이미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역사를 거슬러 보면 그들이 그저 그렇게 취급하는 유권자는 위대했다. 특히, 역동기를 지나 현대사적 전환기의 중심에는 늘 유권자가 있었다. 자유당 정권의 반공개 투표, 투표함 바꿔치기 등 부정선거의 반독재에 대항한 1960년 4·19혁명은 민주화 운동의 뿌리로 기록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신군부 출신 대통령의 집권연장을 멈추게 한 위대한 역사이다. 직접선거제를 부활하게 했고, 유권자로서의 당당한 권리행사를 가능하게 한 유권자의 신념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선거자금 모금운동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크고 작은 희망 돼지저금통이 물경 12억 원을 만들며, 국민 참여의 진정한 정치상황이 연출됐다.
참정권의 갈망은 외국에서도 나타난다. 2014년 개봉한 <셀마>는 흑인 선거투표권 쟁취를 위한 마틴루터 킹 목사의 평화행진을 다룬 실화다. 법적으로 흑인 투표권이 효력을 발생하고 있지만, 흑인 투표권자는 단 1%에 지나지 않은 미국 알라바마주 셀마에서의 비폭력 운동을 그렸다. 실제로 마틴루터 킹을 비롯한 2만5천여 명의 흑인 유권자는 행정수도인 몽고메리까지 비폭력 평화행진을 통해 투표권리법을 통과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특별시민>에서 특별시민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진다. 특별히 별 볼일 없는 시민, 특별히 바보스러운 시민, 아니면 특별해지기를 갈망하는 시민. 변종구와 심혁수가 바라보는 시민은 이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시민, 즉 대한민국 유권자에게는 박경, 임민선(류혜영)과 같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살아있다. 위기에 강한 응집력을 발산하는 대한민국 유권자는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國民)으로서 당당한 기백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섬김을 바라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이해 불가한 원론적인 유치함을 요구하는 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국민은 단지 근심 하나, 고충 하나 해결하기 위해 유권자로서 역할을 다하려고 할 뿐이다. <특별시민>은 우리네 삶에 물음표를 던졌다. 정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각의 교정 방향을 짚었다. 유권자는 “정치꾼들한테는 아주 지독한 냄새가 난다”, “정치의 생명은 명분”이라는 대사를 상기시켜야 한다. 더 이상 개, 돼지와 같은 취급을 받아서도, 부화뇌동(附和雷同)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2016년 수렁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자 경향각처의 가족, 친구, 연인, 단체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밝혔다. 미처 참여하지 못한 국민은 언론매체를 통해 마음을 보탰다.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나라 걱정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게 우리 국민이다. 정치꾼들이 함부로 대해서도, 섣불리 판단해서도 안 되는 존재가 ‘유권자인 국민’인 것이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moon2010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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