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폭력, 심하면 살인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이 층간소음 문제는 정책 당국이나 정치권 등에서 대책 마련을 지속했지만, 문제는 그대로다.
어쨌든 이로 인한 직접적 불이익이 없으니 건설사나 가해자 모두 해소를 위해 힘을 쓸 필요가 없을테고 따라서 피해가 계속되는 게 당연하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 지난해 환경관리공단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전년보다 6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주요 소음원은 내부공사, 부주의한 실내활동, 아이들 뛰는 소리, 밤늦게 세탁 청소 운동기구사용, 애완견 소리 등 다양하다. 심야에 윗층의 샤워하는 소리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 잠을 깨어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경찰에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층간소음은 이렇듯 늘 심각한 상태이다.

우리 집이 지난해 이사를 했다.
예전 살던 한 아파트에서 아이들 셋을 키우는 이웃과 머리 위에 벽 하나를 두고 3~4년을 함께 하면서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 이후 크게 층간소음을 겪지 않고 살다가 이번에 집을 급히 옮기게 됐다.
사실 예전의 트라우마가 조금은 남았지만 이곳으로 이사 후 얼마간은 소음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을 놓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늦은 밤 이른 새벽 가리지 않고 발뒤굼치로 쿵쿵 걸어다니는 소리, 뭔가 부딛히고 떨어뜨리는 소리, 샤워하는 소리 등 생활 소음들이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신경이 곤두서고 인내 분노가 반복되고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잠을 설치고 출근을 하니 종일 머리가 무겁고 피곤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고 언젠가는 윗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언성을 높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 아내가 위층의 여자와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를 나눈다면서 오늘 차 한잔하기로 했단다.
그날 저녁 퇴근해서 보니 아내의 표정이 무척 밝다.
함께 차 마시고 대화하면서 알고 보니 그 집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냥 보통의 좋은사람들인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경찰공무원이고 아이들 둘은 대학생인데, 늦은 밤 냈던 소음들은 아이들이 요즘 학교도 못 가고 어디 아르바이트도 못 하고 온종일 그냥 집에만 있다 보니 잠은 안 오고 해서 이것저것 했던 소리이고, 이른 아침 소음은 애들 아빠가 일찍 출근 준비하면서 낸 것이란다.
그 말을 듣고는 순간 '그렇게 무시당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동안 별일 아닌 것으로 스트레스받았던 나 자신이 우스워졌다. 그 후 가끔 나는 소음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고 그리고 실제로 소음도 거의 없어졌다.
"이웃 간 관계가 서로 좋을수록 소음이 감소하고 관계가 나쁠수록 소음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반증 하는 대목이다.
아무튼 그렇게 이웃과 소통을 하고 난 후 서로를 알게 되면서 이해가 더해지고 배려가 더해졌다.
지금은 정말 이웃사촌이 되어 함께하고 서로 음식도 나누며 아주 가깝게 지낸다.

층간소음 문제, 당연히 근본적으로 주택설계 단계부터 방음 기준을 한층 강화 시공해야 하고 나아가 정부,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건설회사, 시공사, 이웃 주민이 모두 다 함께 갈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선 우리집의 경우 처럼 '이웃 간 서로 소통'하고 '이해와 배려'가 선행되면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될 것 같다.

추교등 기자 dbskj@hanmail.net        추교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