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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藝), 술(術), 그리고 여행(旅行)에 대해
2019. 10.02(수) 09:43

이명순 과장
시간이 가을로 가고 있다. 30도를 훌쩍 넘겨 뜨거웠던 여름 공기가 어느덧 아침과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되어 얼굴을 간지럽힌다. 이즈음에 마음에 담아둔 가을 문장 하나를 꺼내어 본다.

“음영(陰影)과 윤택(潤澤)과 색채(色彩)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한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오로지 생활의 상념(想念)에 잠기는...”

소설가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라는 수필의 한 구절이다. 이 가을, 그의 글을 읽다가 내 마음의 텅 빈 뜰에도 낙엽과 같이 예술에 대한 상념이 쌓이더니 나도 모르게 가을 여행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한 가을여행 주간 프로그램인 ‘광주 예술인과의 여행’이 그것이다. ‘만남’을 주제로 여행객들이 광주예술인들의 갤러리와 작업실을 찾아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예술인들의 삶을 체험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 경험을 세 가지 관념들로 풀어 본다.

예(藝) : 짙고 여린 먹의 색감이 작가의 마음을 닮기까지.

동구 예술의 거리 A작가 작업실 방문기는 이러하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여행객들을 맞이해 약간동안 담소를 나눈 뒤 이내 붓을 쥐고는 수려한 손놀림을 시작했다. 붓이 지나는 화선지에는 짙고 여리며 가늘고 굵은 다채로운 선들이 이어지고 어울리더니 어느 순간 대나무가 드리우고 작은 호수 물결 궤적들 사이로 물고기들이 유영을 시작했다. 그의 붓놀림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부터 자신의 작업실을 찾아 인격을 연마하듯 끝없이 행한 반복훈련의 결과라고 한다. 사실 ‘예술(藝術)’이란 말속의 ‘예(藝)’에는 고대 동양에서 한 인간이 교양의 씨를 뿌려 인격의 꽃을 피우고 인간적 결실을 맺기 위해 행하는 지속적 인격도야의 기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술(術) : 캔버스에 조각을 한다는 것.

같은 건물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작가 B씨는 서양화가다. 미술 표현기법에 있어 시대의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담아 낼 수 있는 적절한 방도를 찾던 그는 캔버스를 일종의 부조 조각으로 보고 작업하는 독특한 기법을 고안했다. 자신이 캔버스에 들이는 공임의 크기가 만만치 않아서인지 손목 통증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단색 캔버스에 조형해 나가는 자기만의 기법을 찾기까지 그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민을 해야 했을 지를생각하니 마음속에 감동이 일었다. ‘예술(藝術)’이란 말속에 담긴 나머지 한조각 단어인 ‘술(術)’은 본디 ‘길(道])’을 의미하며, 이 ‘길(道)’은 어떤 곤란한 과제도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실행방도(實行方途)로서 미적인 ‘기법’을 뜻한다.

여행(旅行) : 다시 꺼내 읽는 김현의 예술 기행.

여행이란 가볍게는 오락이고 무겁게는 삶의 궤적으로서 순례이기도하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자신의 수필집 ‘예술 기행’에서 여행에 관해 ‘그것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나, 다시 말해서 일상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한다’면서 ‘자기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자기에게로 가까이 간다! 그 모순이야 말로 인간 존재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썼다.

광주시는 내년부터 ‘아시아예술여행중심도시, 광주’사업을 시작한다. 향후 4년간 국비 지원을 받아 146억원 규모로 청년 예술가들의 활동센터와 아시아청소년예술여행학교를 마련한다. 또 예술여행기획 인력양성과 스타트업 창업지원도 하게 된다.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이제 예술관광은 우리들의 구체적 삶의 한 부분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네 삶이 네모지고 삭막하다고 느껴질 때 이 가을, 예술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알차고 노련한 많은 예술가들이 우리 곁에 이웃하고 있으면서 우리와 더불어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기회를 허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광주시 관광진흥과장 이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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